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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신부

도깨비 신부 19

2,800
상세정보
  • 마뇽 2,800 2020-09-08 로맨스 전1권 979-11-6470-490-3
  • 사내가 업어 키운 작은 사람의 아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망측하고 발칙한 눈빛으로 사내를 요구하고 있었다.
  • 엄마에게 버림받던 날, 일곱 살 동이는 숲에서 도깨비를 만난다.
    호랑이에게서 자기를 구해준 도깨비는 무섭지도 않고 사납지도 않으며 그저 상냥했다.
    그리고 도깨비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동이의 집으로 찾아온 낯선 사내는 먼 친척이라고 했다.
    그 먼 친척과 함께 살게 된 동이.
    그런데 이 친척 사내가 어딘가 이상하다.
    늙지도 않고 가뭄에도 흉년에도 양식을 걱정없이 구해와서 동이를 먹이고 입히는 것이 아닌가.
    사내를 부모 삼아 자라던 동이는 어느새 젖가슴이 봉긋한 처녀가 되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이는 마음에 자꾸만 들어오는 것은 자신을 딸처럼 키워준 사내다.
    동이가 초경을 하게 되면서부터 장사를 한다는 핑계로 두 달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사내는 어딘가 수상쩍다.
    그리고 사내가 돌아오는 날이면 마을에서 어김없이 말이 짐승에게 찢겨 죽어나간다.
    사나운 짐승에게 찢겨 죽은 말과 밤마다 사라져 옷에 피를 묻히고 돌아오는 사내.
    결국 동이는 사내의 뒤를 밟고.
    동이가 목격한 것은 말을 죽여 그 피를 마시는 사내의 모습이었다.
    금빛 눈동자, 날카로운 송곳니. 사내는 바로 12년 전 그녀를 구해주었던 그 도깨비였다.
    동이와 함께 살기 위해 몸 속의 음기를 다스리려면 양기 가득한 말의 피가 필요하다.


    “음기가 양기를 몰아내고 몸 안에 가득 차게 되면 귀신이 되는 법이지.”
    “귀신….”
    “사악하고, 난폭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괴물이 된다는 뜻이란다.”
    “사악하고 난폭한….”
    “지금처럼 말이야.”
    “지금이 사악하고 난폭한 상태인가요?”

    음기가 가득 차면 난폭한 귀신이 된다는 사내의 말에 동이는 대답했다.

    “말 피를 마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나요?”
    “음기가 강한 여인과 교접을 해서 몸 안에서 음기와 음기를 충돌시켜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란다.”
    “그 말은….”
    “여인과 교접을 하면 음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거다.”

    말을 죽이지 않고 말 피를 마시지 않고 음기를 가라앉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접 외에는 없다는 사내의 말에 동이는 당돌하게 말한다.

    “저하고 해요.”

    “저하고 해요, 그 교접이라는 거.”

    이 사내는 먼 친척이 아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신부가 되어도 괜찮다.
    도깨비의 신부가 되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동이는 사내도 좋아하고 도깨비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내와 좋아하는 도깨비가 동일인이라면 더 주저할 것이 무엇인가.

    “제발 저를 안아주세요.”

    사내가 업어 키운 작은 사람의 아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망측하고 발칙한 눈빛으로 사내를 요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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