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스티엘 저
3,200원
2020-07-17 로맨스전1권
979-11-6470-391-3
남자의 모진 어조가 마음속에 독처럼 번졌다. 그런데 난 왜 자꾸 당신이 불쌍하고, 가여워 보일까. “자꾸 그쪽이 거슬려요. 내 눈 밖으로 사라져서 멋대로 혼자 청승 떨고 있는 게 보기 싫어.” “…엄청 이기적인 강박증 같네요.” “당신을 내 눈이 미치는 곳에 둬야겠습니다.” 어느 판에도 절대 융화되지 못할 모난 것들이 기막힌 곳에서 얼추 맞물렸다.
“한가온 씨? 김우진입니다.”
발치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남성복 잡지 사진처럼 빈틈이 없는 남자.
그 남자를 다시 만난 건 4월 중순, 고인의 장례식장에서였다.
“그 여자한테 얼마나 더 받았어요? 증여 마친 건물 말고.”
“그쪽한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할 만큼 넉넉히 받진 못했네요.”
가족과 모두 의절했다는 고인이 병으로 생을 마감하며 제게 남긴 땅.
그곳에는 말없이 눈물을 참아 내던 고인의 아들도 함께 있었다.
“한낱 간병인이 왜 여기까지 곁을 지키는 겁니까? 한몫 받은 값을 하느라 그래요?”
남자의 모진 어조가 마음속에 독처럼 번졌다.
그런데 난 왜 자꾸 당신이 불쌍하고, 가여워 보일까.
“자꾸 그쪽이 거슬려요. 내 눈 밖으로 사라져서 멋대로 혼자 청승 떨고 있는 게 보기 싫어.”
“…엄청 이기적인 강박증 같네요.”
“당신을 내 눈이 미치는 곳에 둬야겠습니다.”
어느 판에도 절대 융화되지 못할 모난 것들이 기막힌 곳에서 얼추 맞물렸다.
그를, 사랑하게 된 순간이었다.
[본문 중]
“당신과 엮이게 된 사람이 어떤진 알아야지.”
“그렇게 표현하지 말아요.”
우진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만지면 아플 곳을 피해 그가 가온의 옆얼굴을 쓸었다. 여전히 어둑한 눈으로 이어 말했다.
“오늘 이렇게 주절거려도, 내일은 당신을 옭아매고서 그럴듯한 말로 정당화할 거예요. 하지만 바깥에서 하는 버릇을 집까지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의 집에 돌아가는 일은 어느새 기정사실로 못 박힌 듯했다. 우진은 그다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온은 턱이 들린 채 눈꺼풀을 느슨히 내렸다. 상대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입술을 적셨다.
“우리, 잘 안 될 거예요. 말도 안 되고 안 어울려요. 사는 세계가 너무 달라요.”
“되는대로 싸잡는 말 말고 제대로 설득해. 왜 안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