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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 인다 9,600 2020-05-27 로맨스 전3권 979-11-6470-319-7
  • 끝난 듯했던, 희망이 보이지 않던 삶에 불쑥 갑자기 뛰어들어온 아이. 난 무엇을 기대하며 이 애를 받아들였을까. 겉만 멀쩡한, 빈껍데기만 있는 가짜. 결핍과 결핍의 만남. 멀어지려고 애를 쓸수록 더 가까워지는 기이함. 발을 빼려고 했을 때 이미 내 안은, 그 아이로 가득 차 있었다.
  • “발정 났니.”

    그 애가 음료수를 뿜었다.
    인상을 쓴 채 쳐다보는 그 애에게 경고했다.
    그만 좀 쳐다보라고.

    남자애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종적인 태도가 묘하게 거슬렸다.
    이랬다 저랬다 종 잡히지 않는 애였다.

    “너 나랑 자고 싶어?”
    입 안에서 맴도는 그 말을 목구멍 안으로 꾸깃꾸깃 구겨넣었다.
    내가 휘두르는 대로 마구 흔들릴 것 같은 남자애.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요.”
    “왜?”
    “…넋을 놓고 있었으니까.”
    “왜?”
    “선배 때문에.”

    대책 없는 말을 뜬금없이 뱉는 남자애.
    그렇게 담담히 수긍해놓고 아랫입술을 사리문다.

    “너랑 잘해볼 생각 없어.”
    솔직한 실망감을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해 받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라면 생각 있어.”

    끝난 듯했던, 희망이 보이지 않던 삶에 불쑥 갑자기 뛰어들어온 아이.
    난 무엇을 기대하며 이 애를 받아들였을까.

    겉만 멀쩡한, 빈껍데기만 있는 가짜.
    결핍과 결핍의 만남.

    멀어지려고 애를 쓸수록 더 가까워지는 기이함.
    발을 빼려고 했을 때 이미 내 안은, 그 아이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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