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에 휩싸여 색조가 없어진 방 안은, 그 안에 있는 물건마저 모조리 집어삼킨다. 본연의 빛을 잃게 한다. 희연도 그랬다.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색들을 다 삼켜 먹는다. 무채색처럼. 무해하게.
“내가 두렵지 않은가?”
“아뇨.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희연이 담담히 대답을 이어갔다.
“그건 그 사람에게 자기를 지배할 힘을 내주었기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누구도 나를 지배할 수 없어요.”
희연이 입을 다물고 상냥하게 웃었지만,
진우는 왠지 그녀가 내뱉지 않은 뒷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오히려 내가 당신을 집어삼키면 모를까, 라고.
새벽빛에 휩싸여 색조가 없어진 방 안은,
그 안에 있는 물건마저 모조리 집어삼킨다.
본연의 빛을 잃게 한다.
희연도 그랬다.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색들을 다 삼켜 먹는다.
무채색처럼. 무해하게.
***
“벌써 가버리면 곤란한데.”
굵은 손가락들이 희연의 허벅지 안쪽을 억세게 붙잡으며 다리 사이를 벌렸다. 그 안으로 진우가 자리 잡았다.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허벅지 안쪽으로 그의 것이 느껴졌다. 손으로 만졌을 때도 크다고 생각했지만, 맨 허벅지로 느껴지는 그의 살기둥은 더 적나라했고, 더 거대했다. 쿡쿡 허벅지를 찌르듯 눌러오는 단단한 물건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만약 이게 몸 안으로 들어온다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뭉툭한 귀두가 무게감 있게 짓누르며 좁은 속살을 비집고 들어왔다.
“아!”
채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그의 것을 받아내기 버거웠다. 순식간에 희연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진우가 상체를 숙이며 이를 세워 어깨를 물어왔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힘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