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곁으로 떠난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 준 크리스티안에게 프란시스는 자신의 몸을 대가로 제시한다. 실로 뜨겁고 황홀했던 첫 정사. 그날 밤이 마지막이라고 여겼는데……. “로드 크리스티안…….”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군.” 그 크리스티안 베일리가 제 발로 찾아오다니. 하룻밤으로 끝난 줄 알았던 인연의 끝은 어디일까.
친부 곁으로 떠난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 준 크리스티안에게
프란시스는 자신의 몸을 대가로 제시한다.
“처음인가?”
“……네.”
실로 뜨겁고 황홀했던 첫 정사.
비록 이 하룻밤으로 우리 연이 다한다 해도 당신을 잊지 않으리.
그날 밤이 마지막이라고 여겼는데…….
“로드 크리스티안…….”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군.”
새카만 흑발에 이른바 ‘크림슨 아이즈’로 불리는 붉은 눈동자.
그 크리스티안 베일리가 제 발로 찾아오다니.
“종종 당신과 밤을 보내고 싶습니다. 꽤 만족스러웠거든.”
순식간에 가슴이 차게 식었다.
“대가는 필요 없어요. 그냥 마음 내킬 때 오세요. 거절하지 않을 테니까.”
하룻밤으로 끝난 줄 알았던 인연의 끝은 어디일까.
***
“프란시스. 난 당신의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당신에게 관심이 있었어요.”
“…….”
“실상 당신이 나를 냉혹한 인간이라 여겼을 그때에도, 난 당신을 더 알고 싶었다고.”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적이 없었다.
내가 그를 처음 보고 동경했을 때부터, 그는 이미 나에게 눈을 향하고 있었다.
저 높은 곳에서 차갑게 빛나던 나의 태양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태양이었다.
“그러니까 말해 봐요. 프란시스.”
입술이 스칠 듯 아슬아슬하게.
“내가 변한 것 같아요? 당신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내쉬는 호흡이 섞인다.
“단지 몰랐을 뿐이지. 서로의 일부분밖에는.”
코끝으로 가득 밀려 들어오는 그리운 체향.
“그래서 마음이 변했어요? 몰랐던 걸 알게 되어서, 실망했어요?”
“아니, 아니에요…….”
오감으로 나를 흔드는 크리스티안. 그의 관능적인 심문 앞에, 굳게 닫고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얼굴을 감싸던 손이 스르르 움직여 머리카락 속을 파고들었다. 자연스럽게 목이 꺾이고, 그 위에 검은 맹수가 진한 인을 찍었다.
“……안고 싶어요.”
뜨거운 숨과 함께 토하는 욕망. 목덜미의 낙인이 화닥화닥 타오른다.
“안아요. 크리스티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