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잇으로 시작된 직장 상사 우진과 비서 소하의 은밀한 관계. 그러나 우진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남자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소하는 관계에 종지부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원나잇으로 시작된 직장 상사 우진과 비서 소하의 은밀한 관계, 섹스파트너.
그러나 우진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남자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소하는 이 짝사랑은 이루어질 리 없을 거라는 생각만 점차 들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진 앞으로 그의 어머니가 제시한 맞선 사진을 보고, 이렇게 끌어오던 관계에 종지부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다니던 직장과 외사랑을 모두 정리하려고 마음먹는데….
***
“이러니 내가 어떻게 그만두겠어.”
소하의 오른쪽 팔을 잡아 뒤로 당겨 상체를 일으키도록 했다. 소하는 한쪽 팔로 몸을 지탱하는 게 어렵게 되자 아예 몸을 세우고 양팔을 뒤로 올려 우진의 목에 둘렀다.
우진의 손이 뱀처럼 그녀를 옥죄였고, 소하의 턱을 잡고 돌려 입안으로 파고들었다. 짙은 키스와 농염한 허릿짓은 또 한 번 두 사람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아앗! 흐응, 후우….”
소하가 먼저 몸에 힘을 쭉 빼고 침대 위로 쓰러졌고 우진은 그런 그녀의 옆으로 빗겨 누우면서 하얀 목덜미에 연신 이를 박고 아프지 않게 잘근잘근 씹었다.
“…나 이제 진짜 못 해요.”
소하의 불평이 우진에게는 약간 칭얼대는 것처럼 들렸다. 목 뒷덜미에서 푸스스 흩어지는 그의 웃음에 소하는 자기도 모르게 같이 웃을 뻔했다. 우진은 여전히 소하의 흰 피부에 입술을 가져다 대면서 후희를 이어갔다.
소하의 나른한 몸은 이제 정말 잠을 원하고 있었다. 이대로 누워있으면 우진의 말대로 정말 이곳에서 잠들 것 같았다.
그러기 전에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내일이면 우진은 결혼 상대자를 찾아나설 테니까.
“전무님.”
“응.”
“내일 사표 낼게요.”
***
“사표 내지마.”
우진은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서 이마가 훤히 드러나도록 뒤로 넘겼다.
“내일 내 스케줄 조정부터 해. 선 안 볼 거니까.”
“…네? 당장 내일 점심에 T물류회사 회장 따님분이랑 약속이 있는데….”
“필요 없어.”
소하의 말은 잘라버리고 완전 막무가내였다.
“이유라도 말씀을 해주셔야… 그래야 상대방께 연락을 드리죠.”
“네가 싫어하는 거 같으니까 그렇게 하려고.”
“…예?”
“그 선 때문에 사표까지 낸다는데, 내가 어떻게 그 자리에 나가겠어? 안 그래?”
소하의 긴 머리카락을 가져다가 입을 맞추며 웃는 얼굴은 말도 안 나올 정도로 황홀했지만 하는 말은 그렇지 못했다.
“전무님. 그렇게 가볍게 말할 게 아니라….”
“그럼? 뭘 어떻게 해야 네가 한 말을 취소할 건데. 우리가 연애라도 해?”
“네?”
어쩌면 그도 저와 같은 마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침대 위에서만 따뜻하게 만져주는 손길이었지만 언젠가는 환한 거리에서 수많은 평범한 연인들처럼 손깍지를 끼고 다니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혼자 상상한 적은 손에 꼽을 수 없게 많았다.
그런데 우진이 소하에게 한 말은 그런 희망을 송두리째 박살내버렸다.
윤소하는 그냥 섹스파트너일 뿐이다.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혼자 마음을 줘버린 게 비참했다.
“아뇨. 우리 연애 안 해요.”
“….”
“고작 섹스파트너 주제에 전무님한테 애인해달라고 안 매달리려고 사표 내는 거니까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