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동장군이 떠나지 않으면 겨울은 계속 이어지고, 온 세상은 얼어붙게 되어버린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두 사람 앞에 또 다른 난관이 찾아오는데….
“아저씨는 누구예요?”
“겨울의 귀신이지.”
해마다 첫눈이 오는 날이면 나타나는 사내가 있었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이 사내는 어딘가 이상했다.
눈은 왼쪽밖에 없었고, 속눈썹은 서리가 앉은 것처럼 새햐얗다.
이 사내는 꼭 밤에 내리는 눈 같았다.
“그냥 저를 데려가주시면 안 되나요?”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이 사내를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봄이 되면 겨울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아저씨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사람이 귀신과 혼인하는 법은 없다.’
혼인은 안 되는 말이라며 매정하게 굴었던 그를 뒤로하고
열여덟이 되던 해, 녹비는 어느 장사꾼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그날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때였다.
그런데 갑자기 폭설이 내리고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녹비야, 고운 옷을 입었구나.”
그 사내는 봄이 시작되려는 지금 다시 겨울을 몰고 돌아왔다.
그리고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손을 내밀었다.
녹비의 눈시울이 빨갛게 물들었다.
* * *
“으응….”
사내의 손이 녹비의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 그녀의 살결을 더듬었다.
연한 허벅지 안쪽의 살결을 더듬어 올라간 손끝이 그녀의 닫혀있는 살점을 벌렸다.
“아, 응….”
뜨거운 습기를 머금고 있는 곳에 사내의 차가운 손끝이 파고 들자 그 극명한 온도 차이에 녹비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몸의 가장 뜨거운 곳에 사내의 가장 차가운 손이 닿았다.
둘 중 하나가 얼어붙든가, 아니면 둘 중 하나가 녹아내릴 것처럼 닿은 손가락과 벌어진 음부의 온도가 차이가 났다.
“하윽….”
녹비가 숨을 헐떡였다.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떨리며 경련했다.
차가움이 닿은 음부의 중심에서 허벅지로, 허리로, 등줄기로, 뒷목으로 쾌감이 번졌다.
“아….”
집요하게 혀와 타액을 탐하던 교진의 입술이 녹비의 젖가슴을 물어뜯듯 삼켰다.
차가운 숨결이 제 가슴을 뒤덮고 얼음같이 차가운 이가 제 살결을 물어뜯자 녹비의 허리가 흔들렸다.
녹비가 손을 들어 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사내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사내의 입술이 닿은, 그 숨결이 닿은 살갗 위로 새하얗게 서리가 맺혔다.
사내의 타액은 살갗에 닿자마자 차디찬 서리로 변했다.
몸 곳곳에 서리가 맺혀가는 것이 녹비에게는 아찔한 전율이었다.
“하읏… 아, 아… 아저씨… 아저씨, 하읏…”
숨을 헐떡이며 저를 부르는 녹비의 목소리에 교진이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의 뜨겁고 연한 살결을 먹어치울 것처럼 물어뜯으며 교진이 그녀의 온기를 탐했다.
녹비에게는 그에게 없는 온기가 있다.
교진은 온기가 없다.
겨울의 동장군에게 없는 것은 따뜻한 온기다.
온기가 있는 것도 그의 손이 닿으면 온기를 빼앗기고 차가워진다.
아무리 뜨거운 것을 만져도 그에게 온기는 닿지 못한다.
타오르는 불을 만진다 하더라도 그 불은 뜨거움을 그에게 주기보다 먼저 차갑게 얼어붙어 버린다.
그런데 녹비는 다르다.
녹비는 교진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온기다.
녹비가 저를 만져올 때마다, 제 손을 잡고 제게 기대올 때마다 교진은 그녀에게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따뜻함이라는 감각을 녹비를 통해 처음 알았다.
녹비는, 그가 만져도 얼어붙지 않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동장군이 떠나지 않으면 겨울은 계속 이어지고, 온 세상은 얼어붙게 되어버린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두 사람 앞에 또 다른 난관이 찾아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