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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음

야음 19

2,000
상세정보
  • 마뇽 2,000 2019-06-14 로맨스 전1권 979-11-90146-27-2
  • 눈이 있어도 보아서는 안 되고, 귀가 있어도 들어서는 안 되며, 입이 있어도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사내의 씨를 받는 첫날 밤, 시부는 그렇게 엄히 당부했다.
  • 눈이 있어도 보아서는 안 되고,
    귀가 있어도 들어서는 안 되며,
    입이 있어도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사내의 씨를 받는 첫날 밤, 시부는 그렇게 엄히 당부했다.

    새까만 밤의 어둠을 뚫고 이 방으로 들어서는 사내는
    진홍의 몸에 씨를 뿌릴 것이다.
    진홍은 그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온 사내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하윽! 아! 아!”
    사내가 사정없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진홍의 몸이 흔들렸다.
    아무것도 입지 않아 허전한 하체가 뜨거워졌다.

    모르는 사내와 처음으로 밤을 보낸 진홍은
    열 명의 각기 다른 사내의 씨물을 받아야 한다는 시부의 말을 떠올렸다.

    심한 병에 걸려 있다는 얼굴도 모르는 남편은 죽었을 것이고,
    진홍은 돈에 팔려 이 집의 대를 잇기 위해 들어왔다.
    이 절망스러운 곳에서 도망칠 방법도 없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도망치게 도와줄 수 있소.”

    오늘 밤은 다른 사내가 올 줄 알았는데, 어제와 같은 사내였다.
    그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사내는 더욱 놀라운 말을 꺼냈다.

    “제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나를 모르시겠소?”

    진홍은 기억이 떠올랐다.
    돌림병에 죽어가던 사내를 구해줬던 기억이.
    귀한 신분으로 보였던 그가 왜 이런 일을 자처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집 안에 쓰지 않는 우물이 있을 것이오. 그것을 좀 알아봐 주시오.”

    도망치는 것을 도와준다고 하며 사내가 진홍에게 던진 말이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진홍은 이 사내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곳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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