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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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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디 주간, 월간 1위
작품명 베갯머리송사
작성일 2024-04-18
조회수 123
베갯머리송사
김살구 로맨스 2024-04-10
“나, 생일 선물로 너랑 자고 싶어.”



“나, 생일 선물로 너랑 자고 싶어.”

소꿉친구 유진을 무려 14년째 짝사랑 중인 이현.

스물여덟 살 생일에는 기필코 외사랑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결심하지만,

사랑이 어렵다면 육체만이라도 가져 보고픈 욕망에 휩쓸려 미친 요구를 내뱉고 만다.

“애를 얼마나 굴렸으면 이렇게 맛이 가지.”

“…어?”

“네가 지금 스트레스가 쌓여서 일탈이라도 하고 싶은가 본데, 요새 많이 힘들어?”

그러나 밑바닥까지 끌어올린 용기는 철없는 헛소리쯤으로 치부 당하고,

영혼에 깊은 내상을 입은 이현은 그대로 도망친다.

그렇게 그날의 도발은 수치스러운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그러면 이제 섹스해야지, 이현아.”

“……!”

실연을 기리며 과음하다 필름이 끊긴 다음 날.

이현은 어쩐 일인지 유진의 집에서 눈을 뜨고,

평생을 도도하게 철벽 친 그는 돌연 한 번 대 줄 것처럼 군다.

“어제 장담했잖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다고.”

…유진의 의도가 뭐든,

여자로 태어나 이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 있을까?

* * *

“그러면 이제 섹스해야지, 이현아.”

유진은 여유롭게 팔짱을 꼈다. 이현의 반응이 어떨지는 훤히 예상이 갔다. 혼비백산했다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캐묻고, 온몸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하겠지.

그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한 유진은 이현의 놀란 표정을 감상할 준비를 끝마쳤다.

“진짜? 정말로 괜찮겠어?”

그런데 이현의 반응이 심상찮았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유진이 얼어붙은 사이,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바짝 다가섰다.

“난 지금이라도 할 수 있고, 당연히 후회도 안 할 건데.”

“…….”

“유진이 넌? 진짜 괜찮은 거야?”

그렇게 묻는 이현의 눈동자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결연함에 더불어, 만일 기회가 마련된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선명히 아로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