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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Crash)

크래시(Crash) 19

4,400
상세정보
  • 마지은 4,400 2023-12-26 로맨스 전1권 979-11-7115-706-8
  • 그저 하룻밤의 치기이자 일탈일 뿐이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진.
  • 그저 하룻밤의 치기이자 일탈일 뿐이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진.

    학창 시절 동창인 기선태의 오토바이에 충동적으로 올라탔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다친 곳은?”
    “…많겠죠. 부러진 곳은 없는 것 같지만.”

    남자의 손끝이 내 얼굴을 가린 헬멧 실드를 올리고,
    온통 흑백이던 시야가 단숨에 제 빛깔을 드러냈다.

    “숨은 쉬고.”

    남자의 나른한 시선이 숨을 멈춘 내 얼굴 곳곳을 누볐다.
    눈에 새기기라도 하려는 듯, 꼼꼼하게, 핥듯이.

    그 순간 깨달았다.
    앞으로 이 남자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

    “이유가 뭐예요. 왜 자꾸 장난쳐요.”

    긴장을 숨기고 겨우 입을 뗐다.
    솔직해진 이유였다.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다. 남자는 장난일 뿐일 텐데, 짐작하면서도 물색없이 반응하는 내 불수의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남자의 입으로 대답을 듣고 싶었다.

    “이유랄 게 있나.”

    말소리가 입술 사이에서 뭉개졌다.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뒤로 물리고 내 눈을 들여다본다.
    이 와중에도 입술의 감촉이 감미로웠다. 흐려지는 내 눈동자에 서려 있을 게 분명한 혼란과 욕망.
    그걸 못 읽어 낼 남자가 아니었다.
    고개를 완전히 틀며 다시금 입술을 물어왔다. 부드럽게 빨아들이며 혀가 밀려들었다.

    “…으응.”

    어깨에 올린 손으로 그의 옷깃을 불끈 쥐었다. 질끈 눈을 감은 채 입을 벌리자 혀가 질척하게 입 안을 쓸었다. 기대 못지않게 두려움도 컸는데, 막상 닿으니 생경한 감촉이 지핀 열기는 이내 두려움을 압도했다.

    “예쁜 게, 재미까지 있는데.”

    반대쪽으로 고개를 틀며 그가 대답을 덧붙였다.
    내가 반응이고 뭐고 보일 정신도 없는 반면 남자는 여유가 넘쳤다.
    여린 살을 훑고 혀를 감아올리는 느낌이 그저 아득했다. 스르르 힘이 풀려 젖혀지는 내 고개를 그가 한 손으로 받쳐 잡으며 나머지 손으로 허리를 감아 바짝 당겼다. 입술의 맞물림이 한층 깊어졌다.

    “달리 이유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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